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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과 발성 머릿말.

여러분들께 함께하고자 하는 글입니다.

네이버 카페 남도현발성법 - 남도현 교수님 작성.

제가쓴 책인 호흡과 발성의 머릿말을 옮겨적어봅니다.

 모든 학문은 기초적인 교육을 받으며 이론적으로 정립된 단계별 교육을 받는 것이 원칙이며 또한 교육방법이 학문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어떠한 학문도 기초적인 지식 없이는 발전하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적 재능과 훈련을 통한 기능적인 능력의 향상을 통하여 발전하기 때문에 다른 학문보다는 덜 체계적이고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있더라도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내를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노력한다면 훌륭한 예술가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창예술은 다른 음악예술과는 조금 다르다.  그 이유는 사람의 인체를 악기로 하여 훈련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발성방법으로 훈련하거나 인체에 대한 특징을 잘못 이해하거나, 발성기능에 대한 오해는 오히려 해가 되어 발성능력이 제한되고 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보통 성악을 시작하는 계기는 대체로 교회에서 성가대활동을 하거나, 기타를 치며 가스펠송을 부르거나,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합창단원 생활을 하거나, 또는 부모님이나 집안식구들의 영향을 받아 성악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교육수준은 너무 추상적이거나 주관적이고 과학적이지 못하다. 처음 시작 단계에서의 발성 스승은 대체로 비전문적이거나 경험에 풍부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또한 성악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음악적 재능에 대한 예비적 판단을 하는데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 막연한 환상에 사로잡혀 음악을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처음 시작단계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제대로 된 기초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야 하고 신체의 변화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나 대게는 이 처음단계에서 많은 것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자신의 선호도에 따라 신체적인 조건과는 다른 목소리를 구사하면 발성적 결함에 직면할 뿐 아니라 성악교사의 주관적인 판단 착오에 의하여 잘못된 길로 발성을 인도한다면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의 앞일을 충분히 예상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유럽에서 한때 유행했던 거세거수인 카스트라토가 되기 위해 한 해에 약 4~5000여 명의 어린 소년들이 거세를 하여 그 중 카스트라로 성공하는 경우는 1% 정도만이 성공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르고도 발성적인 능력의 결함이나 재능 부족 등의 이유로 성공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현재에도 많은 사람이 긴 시간 발성훈련을 하고 유학을 다녀와도 아직도 발성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고 연주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백 년간의 발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도 불확실하고 추상적이고 비 과학적으로 답습되지 않게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불확실성이 더욱 노력하게 만들고 어려움을 극복하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도 많은 젊은이들이 재능과 예술성을 갖추고 환상적인 목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그 재능이 빛을 바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원인들은 어떠한 이유에서 일까?

 미국의 음성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경마에 비유하여 말한 적이 있다. 보통 경마레이스에서는 젊고 근육의 힘이 좋고 패기에 넘치는 2~3세 된 말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나이 많은 말보다 유리하다고 한다. 그러나 장애물 경기에서는 10년~20년 된 말들이 종종 레이스를 주도 하고 승리도 한다고 한다. 장애물 경기는 힘도 중요하지만 장애물을 넘을 때의 기술과 타이밍 등 여러 가지의 기술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이다.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가 성대의 조절 능력인데 20대 보다는 30, 40십대가 조절능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가창예술은 타고난 재능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발성훈련에 의한 노련한 조절능력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발성능력의 향상 없이는 아무리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의 변화가 오거나 예전 젊은 시절의 목소리만큼 음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발성능력의 향상과 더불어 오랜 기간 목소리를 사용하여도 음성질환에 노출되지 않으며, 전문연주가로 긴 세월 활동하려면 좀더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을 통한 발성방법의 접근이 필요 할 것이다.

 1986년도 이탈리아 모데나 시립음악원(instituto musicale di Modena)에서 성악인을 위한 음성학 워크샵이 이틀 동안 열린 적이 있었다. 이때 강사로는 지금 이탈리아에서 음성전문의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Franco Fussi 박사였다. 처음으로 성대에 대한 메커니즘과 공명, 발성에 대한 과학적 원리와 이론을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던 강의였다.  그 동안 너무나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느낌에 의존하여 공부하던 나에게는 무척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때 얻은 자료들이 너무나 값지고 보물 같은 자료들이었다.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보잘것없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사람의 목소리 대한 관심의 접근 방향을 바꾸어 주게 된 계기였다. 그 후 많은 시행 착오를 거치면서 얻어진 발성지식들은 의학적인 접근에 의하여 좀더 구체화되고 그 원리와 방법에 대한 많은 답을 얻을 수 있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답을 얻길 원하며 그 동안 성악교사들의 주관적인 오해나 발성기법에 대한 몰이해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는 발성적인 오류를 줄일 수 있도록 이 책에서는 원리와 방법을 분석하여 기술하려 노력하였다.

 성악공부를 시작한지 어언 30년이 되었으며, 이탈리아에서의 유학생활, 음악대학 성악과에서 약 13년 지도 경험, 음성언어의학연구소에서의 연구원 및 교수로서, 또 음성장애를 가지고 일반인이나 음성직업인 성악가들을 치료하는 발성치료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발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려고 이 책을 준비 하였다.

 앞으로 더 많은 성악가들이 연주자로서 뿐만 아니라 성악교사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하는 소망과 성악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나름대로 자료를 정리하고 글로 적어보았으나, 많은 발성테크닉을 글로 표현 하는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의학적인 내용이 성악가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생소하리라 추측되나 발성에 대한 개념의 정리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책을 쓰는데 호흡부분에 많은 도움을 주신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안철민 교수님께 감사 드리며 부족하나마 계속 더 좋은 논문과 발성 책을 쓰려 노력 할 것이다.

2007년 11월
저자 남도현.



(▲사진 - 책 호흡과 발성. 출처 - 군자출판사.)






원문 출처 - 남도현 발성법 NAVER CAFE